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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기자 칼럼>가족 비극의 그늘… 한인사회, 정신건강을 말해야 한다

  • biznewsusa
  • 9월 4일
  • 2분 분량

2025년 들어 미주 한인사회에서 연이어 발생한 가족 살해 후 자살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충격과 슬픔을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극단적 비극 앞에서 우리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인 공동체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땅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이중의 고립감을 경험한다.

주류사회에서는 여전히 '모델 마이너리티' 라는 틀에 갇혀 진정한 어려움을 토로하기 어렵고, 한인사회 내에서는 '성공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이 존재한다. 특히 중년 남성들의 경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현실적 어려움 사이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경제적 어려움, 사업 실패, 자녀와의 소통 단절, 부부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도 이를 털어놓을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문화의 '체면 중시' 문화와 미국사회의 개인주의가 만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조차 '실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한인사회는 여전히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터부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마음이 약해서' 또는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것으로 여기며, 전문적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정신건강 문제는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질병일 뿐이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특히 중년기 남성들이 겪는 우울증은 분노나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렵다. 가족들도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 쉽지만 이는 위험한 신호일 수 있다.

전통적인 한국 가정에서 아버지는 '말없는 가장'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미국사회에서 자란 자녀들은 보다 직접적이고 개방적인 소통을 원한다. 이러한 소통 방식의 차이는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가족 구성원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가정 내에서도 서로의 감정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아버지도 약함을 드러낼 수 있고, 자녀들도 부모의 어려움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쌍방향 소통이 필요하다.

한인교회와 각종 단체들은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서 실질적인 지원 시스템 역할을 해야 한다. 정기적인 상담 프로그램, 재정 상담 서비스, 가족 치료 프로그램 등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가정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성공 스토리만을 강조하기 보다는, 실패와 어려움도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용기있는 행동임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어로 상담받을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의 확충도 시급하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으로 인해 주류사회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한인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위기 상황에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한국어 핫라인의 설치와 운영, 그리고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누구나 어려운 순간이 있을 수 있으며, 그럴 때 도움을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임을 알려야 한다.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 가족 간에는 더 많은 대화를, 이웃 간에는 더 많은 관심을, 공동체는 더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떤 어려움도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실패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기회이며,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있는 선택이다.

미주 한인사회가 진정으로 성숙한 공동체로 발전하려면 이런 어두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야 한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자.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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