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칼럼>대학 재정보조 부정행위, 교육 근간 흔드는 숨은 범죄
- biznewsusa
- 6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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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백만명의 학생들이 미국 대학 진학을 꿈꾸며 FAFSA(무료 연방 학자금보조 신청서)를 작성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행위의 규모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만 해도 2024년 첫 3분기 동안 가짜 학생들에게 760만달러 이상의 재정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이는 2023년 전체 440만달러, 2022년 210만달러와 비교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수치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정직한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하고, 전체 교육 시스템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재정보조 부정행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흔한 유형은 소득과 자산을 과소 신고하거나 대학에 다니는 가족 구성원 수를 과장하는 것이다. 일부 가정은 심지어 위조된 소득세 신고서 사본을 제출하기도 한다.
더욱 교묘한 방법들도 등장하고 있다. 가짜 신분을 이용한 대규모 사기부터, 소득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방법까지 그 수법이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1월 사이 캘리포니아 커뮤니티 칼리지는 약 90만 건의 허위 지원서를 받았고, 사기꾼들에게 500만달러 이상의 연방 보조금과 약 150만달러의 주 및 로컬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런 부정행위가 만연한 이유 중 하나는 검증 시스템의 허점이다. 온라인으로 쉽게 신청할 수 있는 편리함이 오히려 부정행위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처리가 늘어나면서 이런 문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다행히 연방교육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2025년 가을 학기부터 학생 재정보조 프로그램에서 신분 도용과 사기를 근절하기 위한 전국적 노력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신분 확인 절차를 도입하여 납세자를 보호하는 동시에 대학들의 행정 부담을 크게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부정행위의 진짜 피해자는 정직하게 신청서를 작성하는 학생들이다. 한정된 재정보조 자금이 부정한 방법으로 빠져나가면,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몫이 줄어든다. 이는 교육 기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런 부정행위가 계속되면 전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져, 결국 모든 학생들이 더 까다로운 심사와 복잡한 절차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재정보조 부정행위는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는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면으로 대립한다. 학문의 전당에서 배워야 할 것은 지식뿐만 아니라 도덕성과 윤리의식이다. 그런데 그 입구에서부터 거짓말로 시작한다면, 과연 그 교육이 의미가 있을까?
진정한 교육은 정직함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고 해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서 부정한 방법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정직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첫 걸음이 아닐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첫째, 재정보조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많은 가정이 복잡한 신청 절차와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둘째, 신분 확인과 소득 검증 절차를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 기술의 발전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차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셋째, 부정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단순한 '꼼수'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기회를 빼앗는 심각한 범죄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미국의 대학 재정보조 시스템은 많은 학생들에게 꿈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는 소중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가 지속가능하려면 모든 참여자들의 정직함이 전제되어야 한다. 부정행위는 단기적으로는 개인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시스템을 무너뜨려 결국 모든 학생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진정한 교육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정직함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앞으로 대학 진학을 꿈꾸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글을 통해 재정보조 신청의 올바른 방향을 찾기를 바란다.
정직한 길이 때로는 더 어려울 수 있지만, 그 길만이 진정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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