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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기자 칼럼>한국에는 왜 애플, 구글, MS같은 기업이 없을까

  • biznewsusa
  • 8월 28일
  • 2분 분량

삼성과 LG가 글로벌 전자제품 시장을 주도하고,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플랫폼 기반의 빅테크 기업이 나오지 못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다.

한국의 내수시장은 약 5000만명으로, 글로벌 플랫폼이 되기에는 근본적으로 작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기업들은 3억명이 넘는 미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후 글로벌로 확장했다.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틱톡 역시 14억명의 거대한 내수시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초기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둬야 하는데, 이는 현지화 비용과 문화적 장벽 때문에 훨씬 어려운 길이다.

영어는 사실상의 글로벌 언어다.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페이스북의 소셜 플랫폼은 영어를 기반으로 개발되어 전 세계로 쉽게 확산될 수 있었다. 한국어는 한반도에서만 쓰이는 언어이고, 한국 문화 역시 아직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지 못했다. K-POP과 K-드라마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여전히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크다.

실리콘밸리는 70년 넘게 축적된 벤처 투자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스탠포드 대학과 UC 버클리 같은 명문대, 수많은 벤처캐피털, 그리고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결합되어 혁신적인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한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최근에야 벤처 투자가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여전히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문화가 강하다.

한국은 강력한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모델로 성장했다. 이는 제조업 발전에는 효과적이었지만,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는 때로 걸림돌이 되었다. 과도한 규제, 개인정보보호법의 엄격한 적용, 그리고 기존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책들이 혁신적인 서비스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었다. 반면 미국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이 실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한국 경제는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구조화되어 있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이고 점진적인 혁신을 선호하며, 기존 사업 모델을 파괴할 수 있는 급진적 혁신에는 소극적이다. 또한 대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스타트업이 성장할 여지가 제한적이다. 미국에서는 HP에서 나온 직원들이 오라클을 만들고, 구글에서 나온 직원들이 우버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생태계가 아직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정답을 찾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다.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보다는 암기와 문제 해결 능력에 집중한다. 반면 혁신적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던 것을 상상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스탠포드나 MIT 같은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수업 중에 창업하는 것을 장려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안정적인 취업이 우선시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쿠팡은 아마존과 경쟁할 수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카카오는 메신저를 넘어 종합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토스는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을 이어가고 있고, 네이버는 AI와 로보틱스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K-컬처의 전 세계적 확산은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위버스, 유니버스 같은 K-POP 플랫폼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고,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플랫폼들의 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이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을 만들지 못한 것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시장 규모, 언어, 투자 생태계, 규제 환경, 경제 구조, 교육 시스템 등의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 한계들이 영원히 지속될 것은 아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K-컬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며,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면서 한국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만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고,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것이다.

<김기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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