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보도>갈수록 위험해지는 LA한인타운, 대책은 없나
- biznewsusa
- 6월 19일
- 4분 분량
LA한인타운이 위험해지고 있다.
특히 갱과 마약 관련 범죄, 성매매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커뮤니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A경찰국(LAPD) 범죄 통계에 따르면 한인타운은 LA 지역 내 안전도에서 106위를 기록하며, 거주하기 매우 위험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는 1960년대부터 한인들이 정착하며 형성한 전통적인 한인 거주지역이 현재 심각한 치안 위기에 직면했음을 의미한다.
2024년 기준 한인타운의 범죄 발생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재산 범죄의 경우 연간 주민 1000명당 47.52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절도, 차량 절도, 주거 침입 등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폭행 사건은 주민 1000명당 7.733건으로 집계됐으며, 강도 사건은 3949건이 발생했다. 전년 대비 주거 침입 절도와 업소 절도가 2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타운 소상공인들과 거주민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하루 평균 5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는 가운데 폭행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의 신변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MS-13을 비롯한 갱 조직의 활동이 타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MS-13은 "아시안들이 돈을 많이 가지고 다닌다"는 편견을 바탕으로 혼자 다니는 한인 남성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갱 조직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한인타운의 복잡한 골목길과 아파트 단지에서 마약 거래와 폭력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MS-13의 잔혹한 범죄 수법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공포감이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매매 업소들도 한인타운 곳곳에 은밀하게 운영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2차 범죄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들 불법업소들은 종종 갱 조직과 연결돼 있어 더욱 복잡한 범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인타운의 범죄 증가에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급속한 부동산 개발도 한몫하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들이 오히려 범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로 건설된 아파트 단지들은 복잡한 구조와 많은 출입구를 가지고 있어 경찰의 순찰과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거주자와 방문객, 관리인을 구별하기 어려워 범죄자들이 쉽게 건물 내부로 침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지하 주차장과 계단, 엘리베이터 등은 범죄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으며 이런 공간에서 발생하는 강도, 성범죄, 마약 거래 등이 증가하고 있다. 건물 관리의 허점을 노린 범죄자들이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재의 치안 불안은 1992년 LA폭동 당시의 악몽을 연상시키며 한인 커뮤니티에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당시 2300여개 한인 상점들이 약탈과 방화로 피해를 입었으며, 총 4억달러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폭동 당시 한인들은 경찰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자체 방어에 나서야 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현재의 범죄 증가 상황은 비록 폭동과는 다른 양상이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를 다시 한번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한인 업주들은 "30년 전의 악몽이 다른 형태로 되돌아오는 것 같다"며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노년층 한인들에게는 과거의 트라우마가 현재의 치안 불안과 겹치면서 심리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인타운 거주민들과 방문객들은 특히 밤 시간대의 안전에 대해 극도의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해가 진 후에는 혼자 걷는 것을 피하고 가능하면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
"낮에는 비교적 안전하지만, 밤에 혼자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주요 도로인 버몬트 애비뉴와 윌셔 블러버드를 벗어난 골목길은 더욱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주민들이 야간 외출 시에는 반드시 동행자와 함께 다니거나, 우버나 리프트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정류장이나 지하철역 근처에서만 기다리며 가능하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 머무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범죄 증가는 한인타운 경제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노래방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인 갈취 사건이 발생하면서 상권 전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2024년 3월 우드랜드 힐스 거주 조모씨가 한인타운 노래방들을 상대로 "보호비" 명목의 돈을 갈취한 사건이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한인 상권이 조직적인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조씨는 업소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매월 보호비를 요구했으며, 이를 위해 물리적 폭력과 협박을 일삼았다. 심지어 한 피해자의 차량을 빼앗는 카재킹 범죄까지 저질렀다.
이런 조직적 갈취는 한인 상권의 수익성을 직접적으로 해치고 있으며, 많은 소상공인들이 추가적인 보안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일부 업소들은 아예 영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보안 인력을 고용하는 등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곧 운영비 증가로 이어져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흥미롭게도 LA 전체적으로는 2024년 한해동안 범죄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특히 폭력 범죄가 현저히 감소했으며, 살인 사건은 2023년 대비 14% 감소했다. 이는 LAPD의 전략적 치안 정책과 지역사회의 협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인타운은 이러한 전체적인 개선 추세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역별 치안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인타운이 특별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지역임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한인타운의 지리적 특성과 인구 구성, 경제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범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다양한 인종과 계층이 혼재하는 지역 특성상 사회적 갈등이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라는 지적이다.
한인타운 범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한인 커뮤니티는 다각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주요 상가 밀집 지역과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CCTV 설치를 확대하고 있으며, 업주들 간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위급 상황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보안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24시간 경비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한인 커뮤니티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지역 정치인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A시의원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한인타운 치안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예산 확보와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시의원 및 타지역 시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로비 활동을 강화해 한인타운 전담 경찰 인력 증원과 특별 치안 대책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주정부와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인타운 범죄 문제가 단순한 치안 강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주택 부족, 교육 기회의 제한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범죄 증가의 배경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인타운 주변의 저소득층 주민들과 한인들 간 경제력 격차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이것이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교육과 취업 기회의 부족으로 인해 젊은층이 갱 조직에 가입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장기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교육 프로그램 확대,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지원 등 종합적인 사회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단순히 범죄를 단속하는 것을 넘어 범죄의 원인을 제거하는 예방 중심의 접근이 요구된다.
한인타운 범죄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A 전체의 인구 증가 및 도시화, 그리고 사회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이 계속되는 한 근본적인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인 커뮤니티의 조직적인 대응과 LAPD와의 협력,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점진적인 개선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특히 젊은 한인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한인단체 중심의 대응을 넘어 더욱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결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한인 커뮤니티가 단순히 피해자의 위치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주도적인 구성원으로서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자세가 지속된다면 한인타운의 치안 상황도 점차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한인 커뮤니티는 단기적인 치안 대책과 함께 장기적인 지역 발전 방안을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범죄 없는 안전한 한인타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상황이다. <곽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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