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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대학생이 분수도 모른다? 한심한 미국의 수학 교육

  • 13시간 전
  • 3분 분량



미국 대학생들의 수학 실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가끔 귀를 의심하게 된다.

대학생이 분수 계산을 어려워하고, 퍼센트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며, 간단한 방정식 하나를 풀기 위해 계산기부터 찾는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현상이 일부 학생의 문제가 아니라 명문대를 포함한 현장에서 점점 더 흔하게 관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모든 미국 대학생의 수학 실력이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MIT나 스탠포드 같은 대학에서 수학·공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제는 상당수 학생들이 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기초적인 수학적 사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수학교육계에서도 이런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수학협회(MAA)는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 가운데 과거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준의 수학 개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단순히 코로나19 때문에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5년 미국 학생들의 수학교육을 분석한 보고서는 미국의 수학 성취도가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고, 특히 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의 하락폭이 매우 컸다고 지적한다. 8학년 학생 가운데 거의 10명 중 4명이 수학에서 '기초 수준(Basic)'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 미적분을 풀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1/2이 50%라는 것을 이해하고, 20달러의 15%가 얼마인지 계산하고, 월급이 5% 올랐는데 물가가 8% 올랐다면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이해하는 것 역시 수학이다.

그런데 대학생에게 이런 기초적인 질문을 했을 때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미국 대학의 수학 교수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단순한 계산 실수가 아니다. 학생들이 문제를 읽고 어떤 수학적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2026년 College Board의 대학 수학 관련 조사에서도 대학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핵심 능력으로 대수 뿐 아니라 산술, 분수, 소수, 백분율, 비율, 비례 추론과 같은 기초적인 수리 능력을 꼽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까지 온 학생들이 이런 기초를 놓칠 수 있을까.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성적과 실제 실력 사이의 간극이다.

학생은 A를 받았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기본적인 문제조차 풀지 못한다면, 그 A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성적표에는 좋은 점수가 적혀 있지만 정작 학생의 머릿속에는 해당 과목의 핵심 개념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른바 성적 인플레이션(grade inflation) 문제가 여기에 겹친다.

학생들에게 높은 성적을 주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 학교 모두에게 편한 일이 될 수 있지만, 성적이 실제 학업 성취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결국 대학이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대학 교수들은 이미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 수학 과정을 따라가지 못하자 대학은 기초 수학이나 보충 과정을 제공해야 한다. 원래 대학에서 배워야 할 내용을 다시 중학교나 고등학교 수준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 개인에게도 엄청난 손실이다. 대학 등록금은 싸지 않은데 학생이 대학에서 자신의 전공을 공부하는 대신 이미 배웠어야 할 수학을 다시 배우고 있다면 교육의 효율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학을 바라보는 태도다. 미국에서는 '나는 수학을 못한다'는 말을 마치 자신의 개성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수학적인 사람이 아니야"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된다.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고 자랑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과 비교하면 묘한 현상이다.

더욱이 수학은 공대생이나 과학자만 사용하는 학문이 아니다.

은행 잔액을 관리하고, 대출 이자를 계산하고, 세금을 이해하고, 집값과 렌트비를 비교하고, 투자 수익률을 판단하고, 여론조사의 숫자를 해석하는 데 모두 수학이 필요하다. 심지어 정치인의 주장을 검증할 때도 수학은 필요하다.

"실업률이 20% 감소했다"와 "실업자가 20%포인트 감소했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가격이 50% 올랐다가 50% 떨어졌다"고 해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기초적인 수리 능력이 없다면 이런 숫자에 쉽게 속을 수밖에 없다. 물론 계산기와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제는 계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계산을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혼동하는 것이다.

계산기는 17×24를 대신 계산해줄 수 있다. AI는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줄 수도 있다. 그러나 답이 408인지 4080인지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각까지 대신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답을 얻는 과정이다. 어떤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야 하는지, 결과가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지, 숫자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가 될수록 오히려 기초 수학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학생들만 탓해서는 안 된다.

학생이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 그 책임은 학생 개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와 교사, 학부모, 교육정책, 대학 입학제도 모두가 책임을 나눠 가져야 한다.

미국의 수학 위기는 이미 수년간 누적돼 왔으며 코로나19는 기존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을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질문은 간단하다.

대학에 입학했다는 사실과 대학 수준의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같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이제 솔직해져야 한다.

학생에게 좋은 성적을 주는 것과 학생이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게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미국 대학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라는 사실과 미국 학생들의 기초 수학 실력이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도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대학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그 대학에 들어오는 학생들이 기본적인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경고등이다.

수학은 모든 학생이 수학자가 되기 위해 배우는 과목이 아니다. 세상을 숫자로 이해하고, 숫자에 속지 않기 위해 배우는 언어다. 그러니 이제는 계산기를 내려놓고 먼저 물어봐야 한다.

"이 숫자가 도대체 무슨 뜻이지?"

어쩌면 미국 교육이 가장 먼저 되찾아야 할 수학 실력은 바로 그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곽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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