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너도 나도 온라인 신문 차리는 시대… 도대체 왜?
- 12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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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신문사’가 참 많다.
정확히 말하면 종이신문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온라인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뉴스 사이트가 등장한다.
누군가는 기자 몇 명을 모아 지역 언론사를 만들고, 누군가는 혼자 홈페이지 하나 만들어 ‘신문사 대표’가 된다.
기존 언론사에서 일했던 사람은 물론이고, 기자 경력이 없는 사람까지 온라인 신문 창업에 뛰어든다.
도대체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신문사를 만드는 일이 과거에 비해 너무 쉬워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신문을 만들려면 인쇄시설이 필요했고, 신문을 배포할 조직과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메인을 구입하고 홈페이지를 만들면 일단 ‘신문’의 외형을 갖출 수 있다.
카메라와 녹음기, 편집 프로그램도 스마트폰 하나로 상당 부분 해결된다.
무엇보다 뉴스 생산 비용이 크게 낮아졌다.
기자 한 명이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하지 않아도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만들 수 있고, 주류 언론의 보도를 참고해 기사를 작성할 수도 있다. 번역과 요약, 제목 작성에는 AI까지 활용할 수 있다.
결국 과거에는 상당한 자본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이 지금은 적은 돈으로도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착각이 생긴다.
‘신문사를 만들기 쉽다’고 해서 ‘신문사로 돈 벌기가 쉽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온라인 언론사의 전통적인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 광고 시장은 거대 플랫폼에 점점 더 많은 돈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구글 검색에서 AI가 직접 답변을 제공하면서 뉴스 사이트로 들어오는 검색 트래픽마저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전 세계 퍼블리셔들이 앞으로 3년간 검색엔진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이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신문을 만드는 비용은 싸졌는데 독자를 확보하고 광고비를 벌기는 오히려 어려워진 것이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온라인 신문을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영향력’이다.
온라인 신문을 운영하면 명함에 ‘대표’ 또는 '발행인' 이라는 직함을 찍을 수 있다.
정치인이나 기업인, 지역사회 인사들에게 연락하기도 쉬워진다.
행사에 초청받고, 보도자료를 받고, 각종 단체와 접촉할 기회도 늘어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는 언론사의 규모보다 ‘누가 어떤 매체를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광고 영업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지역 식당이나 병원, 변호사 사무실, 부동산 업체, 금융기관 등은 여전히 지역사회에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필요가 있다. 대형 플랫폼 광고만으로는 지역 주민들에게 충분히 접근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업주도 있다.
그래서 작은 온라인 매체라도 지역에서 일정한 독자를 확보하면 광고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언론과 광고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광고주가 불편해하는 기사를 빼고, 광고주에게 유리한 기사를 크게 다루고, 행사에 참석한 사람을 무조건 ‘주요 인사’라고 소개하는 식의 보도가 반복되면 그 매체는 언론이라기보다 홍보매체에 가까워진다.
더 심각한 문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날 온라인 뉴스 시장에서는 비슷한 보도자료가 수십, 수백개 사이트에 거의 동일한 내용으로 올라온다.
한 언론사가 취재한 내용을 다른 매체가 받아쓰고, 또 다른 매체가 이를 번역하거나 조금 고쳐 다시 내보낸다.
이렇게 되면 독자 입장에서는 굳이 특정 언론사를 찾아갈 이유가 없다.
결국 온라인 신문의 생존 여부는 홈페이지가 있느냐가 아니라 ‘그 매체만이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미국의 지역 언론산업은 이미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5년 이후 신문 수가 40% 이상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동시에 광고 중심의 전통적인 사업 모델은 기술과 독자들의 뉴스 소비 방식 변화로 더 이상 과거처럼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온라인 신문이 계속 등장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흥미로운 현상이다.
기존 언론은 살아남기 위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데, 온라인 언론사는 계속 생겨나고 있다.
왜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이 언론을 아직까지 ‘사업’이라기보다 ‘기회’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에게는 새로운 일자리가 될 수 있고, 사업가에게는 새로운 광고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지역사회 인사에게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독자에게 필요한 것은 언론사의 숫자가 아니다.
신문사가 10개에서 100개로 늘어난다고 해서 뉴스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비슷한 기사만 넘쳐나면 독자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결국 앞으로 살아남는 온라인 신문은 ‘신문사를 하나 더 만든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취재를 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돈 몇 푼 들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사 올리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취재원을 만들고, 사실을 확인하고, 불편한 질문을 하고, 광고주가 싫어할 수도 있는 사실을 보도하고, 독자가 믿을 수 있는 매체로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래서 지금 온라인 신문 창업 열풍을 보면서 물어야 할 질문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신문사를 차리는가?”가 아닐지도 모른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그중에서 과연 누가 언론사를 끝까지 운영할 것인가?”
신문을 만드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로 변했다.
그러나 언론을 제대로 하는 것은 여전히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곽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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