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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전문기자 칼럼]명문대생들의 자살, 우리가 외면한 비극

  • 2일 전
  • 1분 분량


매년 3월은 미국에서 대학입시 정시지원(Regular Decision) 결과 발표 시즌이다.

입시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전국의 학부모 및 학생들은 '성공'을 향한 환호로 들썩인다.

명문대 합격증은 곧 인생의 보증수표처럼 여겨지고, 그 문을 통과한 이들은 모든 것을 손에 넣은 듯 보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문 안에서 조용히 스러져 가는 생명들이 있다.

최근 잇따르는 한인 포함 명문대 재학생들의 극단적 선택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깊은 병을 앓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문제의 핵심은 '도착의 역설'에 있다.

그토록 원하던 자리에 올랐지만 막상 그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또 다른 경쟁의 시작이다.

학점, 스펙, 취업, 대학원. 끝이 없는 달리기 속에서 이들은 잠시 멈추거나 쉴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더 큰 문제는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자기 의심, 이른바 '가면 증후군'이 이들을 은밀히 잠식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기대가 높을수록 실패를 고백할 출구는 더욱 좁아진다.

사회는 오랫동안 명문대생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 무슨 걱정이냐'는 말은 이들의 입을 틀어막는 폭력이다. 고통에는 성적표가 없다.

성취와 내면의 공허함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으며, 오히려 높은 성취를 향해 달려온 삶일수록 감정을 억누르는 데 익숙해져 더 위험할 수 있다.

대학들은 이제 변해야 한다. 상담 인력 확충, 정신건강 프로그램 의무화는 물론 학생들이 실패와 나약함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문화적 토양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의 시선 변화다.

아이들에게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으냐'를 먼저 묻는 사회, 그것이 자살이라는 비극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근본적 처방이다.

명문대 합격이 삶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종이 한 장이 한 사람의 존재 전부를 증명할 수 없다.

미국 사회가 지금 잃고 있는 것은 성적 우수자가 아니라, 저마다 빛나야 할 한 명 한 명의 소중한 생명이다.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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