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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전문기자 칼럼]명문대라는 이름의 감옥

  • 7시간 전
  • 2분 분량

매년 봄, 미 동부의 명문 사립대 캠퍼스에는 벚꽃이 핀다. 그러나 같은 계절, 어딘가의 기숙사 방에서는 한 학생이 홀로 무너지고 있다. 세상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앉아 숨을 멈추려 하고 있다.

미국대학건강협회(ACH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의 약 44%가 지난 1년 간 절망감을 느꼈다고 응답했으며, 15% 이상이 자살을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하버드, MIT, 스탠포드, 예일 등 최상위 대학에서 이 수치는 일반 대학보다 통계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완벽주의라는 독(毒)

명문대 입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 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완벽한 스펙'을 쌓기 위해 잠을 줄이고, 감정을 억누르며 달려왔다. 대학에 들어가면 달라질 것이라 믿었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비교의 기준은 더 높아졌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오리 증후군(Duck Syndrome)'이라 부른다. 수면 위에서는 우아하게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아래서는 발이 쉬지 않고 허우적거리는 오리처럼 명문대 학생들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무너지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의 핵심에 '조건부 자기가치'(contingent self-worth)가 있다고 지적한다.

내가 가진 인간적 가치를 성취와 성과에만 연결시키도록 훈련받은 학생들은, 처음 실패를 마주했을 때 자신의 존재 자체가 무너지는 듯한 공황을 경험한다. 명문대에서 처음 C 학점을 받은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고려하는 것은 나약함이 아니라, 그 학생이 받아온 교육과 문화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문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강해야 한다'는 암묵적 압력이다. 명문대 학생들은 대부분 자신의 환경에서 최고 성취자였다. 그들에게 '나는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자신이 이 자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특히 국제 유학생, 소수 인종, 장학금 수혜자처럼 '내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는가'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학생들에게 도움 요청의 문턱은 더욱 높다.

많은 학교들이 상담 서비스를 확충했지만, 예약 대기 시간이 수 주에 달하는 경우가 많고, 학기 중 가장 힘든 시간에 오히려 서비스 접근성이 낮아지는 아이러니가 반복된다. 시스템은 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작동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가 만든 환상 속 고립

소셜미디어는 이 문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인스타그램에는 화려한 캠퍼스 생활, 멋진 인턴십 소식, 빛나는 미소가 가득하다. 모두가 즐겁고, 모두가 성공하고,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홀로 기숙사 방에서 과제를 앞에 두고 굳어버린 학생은 자신만 이 캠퍼스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연구들은 일관되게 소셜미디어의 '하향 비교' 효과가 특히 성취 지향적인 집단에서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

이 위기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묻고 있는가. 대부분의 논의는 '어떻게 이들을 더 잘 지원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물론 필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질문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왜 18~22세의 가장 총명하고 잠재력 있는 청년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교육 환경에서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가. 이 질문은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다. 입시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구조, 아이의 성취를 자신의 성공으로 동일시하는 부모 문화, 성과 없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자본주의적 인간관 — 이 모든 것이 캠퍼스 안에서 응축되어 폭발한다.


변화는 지금, 여기서부터

일부 대학들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일 대학교는 학생들의 정신건강 위기 이후 성적 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교수들이 학생의 심리적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했다. MIT는 '실패의 문화'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도전과 실패를 정상화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이런 시도들은 의미 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변화는 대학의 브랜드보다 학생의 생명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다. 상담 서비스 대기 시간을 줄이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오히려 용기 있는 일로 문화화하며, 성적표에 드러나지 않는 학생의 삶을 대학이 책임 있게 바라봐야 한다. 무엇보다 명문대 입시를 목표로 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어른들이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 자리가 전부가 아니라고. 네가 어디에 합격했는지보다, 네가 오늘 어떠냐고.

명문대라는 간판은 빛난다. 그러나 그 빛 아래 숨어 있는 어둠을 우리가 계속 외면한다면 우리는 그 어둠에 공모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묻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지금 네가 괜찮냐고.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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