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칼럼>명문대와 백악관의 줄다리기--- 그 끝은 어디인가?
- biznewsusa
- 2025년 8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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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아이비리그 브라운대가 트럼프 정부와의 합의를 통해 연구비를 복원받는 대신 여러 조건을 수용하기로 합의하면서, 또 한 번 미국 고등교육의 자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앞서 유펜, 콜럼비아대와 맺은 합의와 비교되면서, 이번 브라운대의 합의는 단순한 재정 문제를 넘어 대학과 연방 정부의 힘의 균형, 나아가 학문적 자유의 향방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합의의 주요 내용은 이미 익숙한 틀 안에 있다. 브라운대는 입학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고, 이른바 “불법적”인 다양성, 평등, 포용(DEI) 프로그램을 금지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컬럼비아대 합의와 사실상 동일하다.
이에 더해, 유대계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조치로 외부 기관의 캠퍼스 인권 실태 조사와 온라인 혐오 발언 연구를 의무화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브라운대에서 제기된 반유대주의 문제와 연장선에 있다.
재정적 부담은 대학마다 다르다. 콜럼비아대는 연방정부에 2억달러가 넘는 금액을 납부하기로 했지만, 브라운대는 향후 10년 동안 5000만 달러를 지역 인재 개발 기금으로 지출한다. 이는 ‘벌금’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환원에 가까운 방식이다. 유펜은 연방 자금 회복을 위해 금전적 부담 대신 트랜스젠더 운동선수 관련 NCAA 규정을 따르겠다는 조건만 수용했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역시 학문적 자유다. 브라운대 합의문에는 연방 정부가 커리큘럼이나 교수 연구에 개입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분명히 들어가 있다. 일부 보수 진영 전문가들은 “예상과 달리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안도하지만, 진보적 교육 연구자들은 “실질적인 실행 과정에서 교수들의 연구·강의 자유가 위협받을 소지가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콜럼비아대 합의에서는 중동학 프로그램 검토 요구가 포함돼, 정치적 고려가 학문 평가를 대체할 위험성이 우려된다.
이번 합의의 또 다른 특징은 ‘모범 사례’처럼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연방 정부는 이미 고등교육기관의 DEI 프로그램 축소를 압박하기 시작했는데, 트럼프 2기 정부 들어서 그 강도는 배가됐다.
하버드, UCLA 등 다른 명문 대학들도 현재 수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합의들이 일종의 선례가 되어, 다른 대학들 역시 선제적으로 정부 요구를 수용하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백악관이 스미소니언 박물관 전시와 콘텐츠를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연방 정부가 고등교육을 넘어 문화·학문 전반의 ‘내러티브’를 통제하려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브라운대 교육학 명예 강사 루터 스포에르는 “앞으로 커리큘럼이나 교수 채용 등 대학의 자율적 의사결정 영역에 정부가 더 깊숙이 개입할 수 있다”며 “매우 빠르게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브라운대 합의는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째, 대학은 연방 정부의 자금을 지렛대로 한 정치 권력의 압박에 어디까지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둘째, 학문과 교육의 자유라는 본연의 가치는 이런 정치적 협상 속에서 어떻게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의 타협은 당장 재정난을 피하는 비상구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등교육의 핵심 가치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지금 대학이 지켜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자유로운 학문 공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곽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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