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생활비 급등에 월급으로 버티기 어렵다
미국인들의 저축 여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인상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방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5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개인저축률(personal savings rate)은 2.6%를 기록했다. 이는 3월의 3.2%에서 하락한 수치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개인저축률은 세금과 각종 지출을 제외하고 남는 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가 사실상 역사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군연방신용조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헤더 롱은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았다”며 “2022년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65년 동안 이렇게 낮은 저축률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2022년 6월 2.2%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당시에는 팬데믹 경기부양금으로 소비 여력이 커진 가운데 물가가 급등하면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었다. 이번 저축률 하락은 식료품과 공공요금 등 필수 생활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이란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개솔린 가격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개솔린 가격은 28일 기준 갤런당 4.43달러를 기록했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세금 감면 효과가 일부 있더라도 현재 임금 상승률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는 단순히 기름값만이 아니라 전기료, 의료비, 식품 가격까지 모두 오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항목들은 생존에 필요한 기본 지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줄일 수 없는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8%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평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3.6%에 그쳐 물가 상승률을 밑돌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계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롱 이코노미스트는 “현재까지는 상당수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세금환급금이 소진되고 추가 소득 증가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후반에는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 여력이 줄어들면서 크레딧카드와 대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재무정보업체 너드월릿(NerdWallet)이 이달 초 성인 20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7%는 5월 생활비 일부를 충당하기 위해 크레딧카드나 ‘바이 나우 페이 레이터(BNPL)’, 기타 대출을 이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특히 연소득 10만달러 이상 가구 중에서도 35%가 같은 답변을 내놔 중산층 이상 계층까지 재정 압박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자금까지 손대는 사례도 늘고 있다. 피델리티(Fidelity)가 이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01(k) 은퇴연금 계좌에서 대출을 받은 근로자 비율은 19.2%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의 18.8%보다 상승한 수치다. 또 신규 대출이나 긴급 인출(hardship withdrawal)을 신청한 근로자 비중 역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가 지금까지 경제를 지탱해 왔지만, 저축 감소와 부채 증가가 장기화될 경우 향후 소비 둔화와 경기침체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기춘 기자>
미국인들의 저축 여력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인상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연방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이 5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월 개인저축률(personal savings rate)은 2.6%를 기록했다. 이는 3월의 3.2%에서 하락한 수치이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개인저축률은 세금과 각종 지출을 제외하고 남는 소득의 비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치가 사실상 역사적으로도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해군연방신용조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헤더 롱은 “처음에는 오타인 줄 알았다”며 “2022년 팬데믹 이후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65년 동안 이렇게 낮은 저축률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2022년 6월 2.2%까지 떨어진 바 있다. 당시에는...


